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0

서울의 봄 (군사반란, 정의, 역사의 승자) 솔직히 이건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자신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스크린 속 군인들이 명령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할 때,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1979년 12월 12일,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은 단순한 역사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습니다.군사반란이란 무엇인가, 영화가 담은 역사적 맥락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된 직후 대한민국은 극도의 정치적 공백 상태에 빠졌습니다. 영화는 바로 그 혼돈의 틈을 파고듭니다. 육군 보안사령관 전두광이 이끄는 하나회 세력이 군 수뇌부를 장악하려는 쿠데타(coup d'état)를 일으키는 과정을 시간 순으로 촘촘하게 그려냅니다. 여기서 쿠데타란 무력 또는 위협을 통해 정.. 2026. 6. 9.
왕과 사는 남자 (줄거리, 박지훈, 평점)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단종에 대해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세조가 왕위를 빼앗은 과정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후 단종이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는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는 바로 그 질문, 제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단종의 유배, 그 이후를 담은 줄거리여러분은 단종이 폐위된 이후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알고 계셨습니까? 솔직히 저는 크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고,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세조와 단종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관상" 등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세조의 왕위 찬탈 과정에 집중되어 있었고, 저도 그 틀 안에서만 역사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계유정난이란 1453년 수양대군, 즉 훗날 세조가 권신들을.. 2026. 6. 5.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위로, 성장, 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러 갈 당시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뒤로 삶의 의미부터 내 존재 이유까지 다시 묻고 있었고, 원망과 증오와 자책이 번갈아 가며 저를 흔들었습니다. 그 무렵 본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2024)는 친구들의 "괜찮아?"보다 더 깊이 스며든 위로였습니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 수정곰상을 수상한 이 작품이 왜 그 상을 받았는지, 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했습니다.위로 — "괜찮아"라고 대답하면서 울고 싶었던 날들주인공 인영(이레)은 엄마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짜증을 냈습니다. 새 신발 문제로 다퉜고, 그게 마지막이 됐습니다. 이후 인영은 누군가 "괜찮아?"라고 물을 때마다 습관처럼 .. 2026. 6. 4.
프로젝트 헤일메리 (과학 고증, 외계 생명체, 희생) SF 영화에서 '우정'이 감동적이려면 반드시 같은 언어를 써야 할까요? 극장을 나오면서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존재가 서로의 별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이야기입니다. 과학적 리얼리티와 깊은 감정선이 맞물린 이 영화는, SF를 잘 모르는 분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하드 SF란 무엇이고, 이 영화는 얼마나 과학 고증이 되었는가어렸을 때 과학자가 꿈이었던 저는 SF 영화를 볼 때마다 '이게 실제로 가능한 얘긴가?' 하는 생각을 자동으로 하게 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면서 내내 머릿속이 바빴습니다.이 영화는 하드 SF(Hard Science Fiction) 장르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하드 SF란 물리학, .. 2026. 6. 4.
8월의 크리스마스 (잔잔한 사랑, 절제 미학, 여운) 멜로 영화를 볼 때마다 저는 습관처럼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을 자문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나서는 그 질문이 평소보다 훨씬 오래 머물렀습니다. 극적인 사건 하나 없이도 이렇게 오래 마음에 걸리는 영화라면,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니까요.잔잔한 사랑이 시작되는 방식일반적으로 멜로 영화의 도입부는 운명적인 첫 만남이나 강렬한 사건으로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런 영화들은 보고 나서 금방 잊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달랐습니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과 주차 단속요원 다림의 첫 만남은 그야말로 아무 일도 없는 듯 지나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고, 저도 모르게 그 변화에 빠져들어 있었습니다.이 영화.. 2026. 6. 1.
만약에 우리 (색채 대비, 감정 변화, 선택)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운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 "만약에 우리"는 화려한 장면 하나 없이 그냥 두 사람의 이야기만으로 관객을 그 자리에 붙잡아 두는 작품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사랑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어딘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읽히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흑백과 컬러, 현재와 과거를 뒤집는 색채 대비처음 영화가 시작됐을 때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당연히 흑백 장면이 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래된 기억을 흑백으로 처리하는 건 영화에서 워낙 흔한 방식이니까요. 그런데 흑백이 현재이고, 컬러가 과거라는 사실을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됐습니다. 이 설정을 알아챈 순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2026. 5. 29.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