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5 왕과 사는 남자 (줄거리, 박지훈, 평점)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단종에 대해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세조가 왕위를 빼앗은 과정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후 단종이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는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는 바로 그 질문, 제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단종의 유배, 그 이후를 담은 줄거리여러분은 단종이 폐위된 이후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알고 계셨습니까? 솔직히 저는 크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고,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세조와 단종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관상" 등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세조의 왕위 찬탈 과정에 집중되어 있었고, 저도 그 틀 안에서만 역사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계유정난이란 1453년 수양대군, 즉 훗날 세조가 권신들을.. 2026. 6. 5.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위로, 성장, 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러 갈 당시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뒤로 삶의 의미부터 내 존재 이유까지 다시 묻고 있었고, 원망과 증오와 자책이 번갈아 가며 저를 흔들었습니다. 그 무렵 본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2024)는 친구들의 "괜찮아?"보다 더 깊이 스며든 위로였습니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 수정곰상을 수상한 이 작품이 왜 그 상을 받았는지, 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했습니다.위로 — "괜찮아"라고 대답하면서 울고 싶었던 날들주인공 인영(이레)은 엄마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짜증을 냈습니다. 새 신발 문제로 다퉜고, 그게 마지막이 됐습니다. 이후 인영은 누군가 "괜찮아?"라고 물을 때마다 습관처럼 .. 2026. 6. 4. 프로젝트 헤일메리 (과학 고증, 외계 생명체, 희생) SF 영화에서 '우정'이 감동적이려면 반드시 같은 언어를 써야 할까요? 극장을 나오면서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존재가 서로의 별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이야기입니다. 과학적 리얼리티와 깊은 감정선이 맞물린 이 영화는, SF를 잘 모르는 분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하드 SF란 무엇이고, 이 영화는 얼마나 과학 고증이 되었는가어렸을 때 과학자가 꿈이었던 저는 SF 영화를 볼 때마다 '이게 실제로 가능한 얘긴가?' 하는 생각을 자동으로 하게 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면서 내내 머릿속이 바빴습니다.이 영화는 하드 SF(Hard Science Fiction) 장르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하드 SF란 물리학, .. 2026. 6. 4. 건축학개론 (기억 재구성, 노래, 첫사랑 공감) 한국 멜로 영화 역대 흥행 1위.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의아했습니다. 큰 사건도 없고, 극적인 반전도 없는 이 영화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요? 두 번 보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이 영화가 건드리는 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 가슴 한켠에 묻어두었던 그 감정이라는 걸요.시차 편집과 기억 재구성, 이 영화의 진짜 구조건축학개론이 다른 멜로 영화와 다른 이유는 서사 방식에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시차 편집(temporal editing)이라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시차 편집이란 서로 다른 시간대의 장면을 교차 배치해 감정의 층위를 드러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감정의 온도 순서로 장면을 배치합니다. 1990년대 대.. 2026. 5. 29. 어바웃 타임 (타임슬립, 감정선 분석, 삶의 태도) 후회 없이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가끔 잠들기 전에 '그때 그 말만 안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어바웃 타임》은 바로 그 감정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영화입니다.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를 빌렸지만,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이냐는 질문입니다.타임슬립 장르가 멜로와 만났을 때어렸을 때부터 타임슬립 영화를 유독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백 투 더 퓨처》를 빼놓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타임슬립 영화는 재미와 스펙터클에 집중합니다. 원인과 결과의 연쇄가 뒤틀릴 때 생기는 혼란을 이야기의 엔진으로 삼는 구조로 재미를 주는 영화가 대부분입니다.《어바웃 타임》은 다릅니다. 이 영화는 타임슬립.. 2026. 5. 27. 이전 1 다음